‘닥터X’ 이정은, ‘자본의 논리’ 품은 모략가로 변신

‘닥터X’ 이정은, ‘자본의 논리’ 품은 모략가로 변신

이정은이 SBS 새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에서 생명을 다루는 사람마저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의사 용역 소개소 소장으로 변신한다. 따뜻한 이웃의 얼굴을 주로 보여왔던 그가 이번에는 웃는 얼굴 뒤에서 끊임없이 손익을 계산하는 현실적인 모략가를 맡아 새로운 결의 연기를 선보인다.

메디컬 장르 안에서 만난 ‘자본의 논리’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는 ‘김부장’, ‘모범택시’, ‘열혈사제’, ‘지옥에서 온 판사’ 등으로 이어진 SBS의 이른바 ‘사이다 유니버스’가 처음으로 메디컬 장르와 결합한 작품이다. ‘VIP’, ‘악귀’, ‘당신이 죽였다’를 연출한 이정림 감독과 편성근 작가가 의기투합했고, 김지원과 이정은, 손현주, 김우석이 주요 인물로 나선다.

이정은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부터 단순한 의학 드라마의 재미와는 다른 지점을 짚었다. 그는 “단순히 메디컬 드라마라는 장르적 재미를 넘어, 극 중 ‘닥터X’라는 존재를 통해 비치는 인간의 욕망과 생명의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수술 실력으로 의료 권력의 부조리에 맞서는 김지원과 돈의 흐름을 읽으며 의사를 연결하는 이정은이 한 작품 안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을 보여주는 구조다.

이번 작품은 일본 TV아사히에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일곱 시즌에 걸쳐 방송된 ‘닥터X’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국적 의료 권력 구조와 인물 관계를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다. 원작이 압도적인 수술 실력을 가진 의사를 중심으로 병원 조직의 관행과 권위에 맞서는 이야기를 펼쳤다면, SBS판은 김지원의 다크히어로 서사와 이정은이 움직이는 의사 인력 비즈니스, 대학병원 내부의 권력 관계를 한데 묶어 한국형 메디컬 느와르의 방향을 잡았다. 여기에 사람을 살리는 기술과 그 기술을 사고파는 현실이 한 공간에서 충돌하도록 설계해 이정은의 역할에도 작품 전체의 주제를 압축했다.

이번에 이정은이 맡은 인물은 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사 용역 소개소 소장이다. 겉으로는 호들갑스럽고 말이 많아 가벼운 속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심리를 읽고 능청스러운 처세술을 활용해 계약과 관계를 움직이는 영리한 사업가다. 사람을 상대하는 웃음과 친절까지 비즈니스의 일부로 활용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만드는 인물이다.

이정은은 그동안 자신이 맡아온 역할과 이번 인물의 차이를 분명하게 설명했다. 이전 작품에서 이웃의 따뜻함을 대변하는 인물을 자주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자본의 논리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그 논리가 작동하는 최전선에 선 사람이라는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의사들의 숭고한 사명과 달리, 그 의사를 하나의 인력과 계약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인물의 핵심을 이룬다.

웃는 얼굴 뒤에서 돌아가는 계산기

첫 스틸에서도 이정은은 상대의 경계심을 풀어주는 미소와 깍듯한 태도로 영업에 나선 뒤, 곧바로 웃음기를 거둔 날 선 표정으로 분위기를 뒤집었다. 제작진이 능청스러움과 진지함을 오가는 인물이라고 소개한 이유가 한 장면 안에서도 확인되는 대목이다.

겉모습과 속내의 온도 차를 표현하는 방식에도 세심하게 접근했다. 이정은은 “영업을 할 때만큼은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주려고 노력했다. 겉으로는 여유롭게 웃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끊임없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사람처럼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단순히 돈을 밝히는 희화화된 인물이 아니라, 현실의 논리를 빠르게 읽고 목적을 위해 표정과 말투까지 조절하는 사람으로 만들려 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공개된 스틸에서도 이 같은 양면성이 드러났다. 상대의 경계를 낮추는 자본주의 미소와 깍듯한 태도로 명함을 건네는 모습에서는 노련한 영업력이 느껴지고, 다른 장면에서는 웃음기를 지운 채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같은 사람이지만 거래를 성사시킬 때와 판세를 읽을 때의 얼굴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모략가의 성격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의사 용역 소개소의 최고 에이스인 김지원을 대학병원에 파견한 뒤에는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의 뒤처리까지 맡는다. 겉으로는 계약과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업 관계지만, 함께 여러 상황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고용주와 소속 의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서가 쌓인다. 돈과 효율을 앞세우는 인물이 사람에게 마음을 쓰게 되는 순간이 이번 역할의 또 다른 변화 지점이다.

김지원과 계약 너머 쌓인 신뢰

이정은은 김지원에 대해 “정말 단단하고 깊은 에너지를 가진 훌륭한 동료”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연기하는 관계는 계약으로 시작하지만 그 안에 연민과 유대가 자리 잡고 있으며, 현장에서 서로 눈을 맞추는 순간마다 복잡한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채워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지원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은 채 차갑고 깊은 몰입을 보여줄 때마다 연기 내공에 감탄했다고 밝혔다. “알수록 깊은 배우”라는 표현과 함께 기회가 된다면 다음 작품에서도 다시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계약서로 이어진 두 사람이 점차 비즈니스 이상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배우들의 실제 신뢰와 맞물려 표현된 셈이다.

손현주·김우석과 채운 촬영 현장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신뢰도 이어졌다. 이정은은 손현주가 작품의 중심을 묵직하게 잡으면서도 후배들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와 존중으로 현장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김우석을 비롯한 젊은 배우들에게서는 지치지 않는 열정과 신선한 에너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촬영 사이에도 세트장 한쪽에서 대사를 다시 맞추고 장면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의견을 나눴다. 이정은은 이런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며 현장에서 오간 치열한 에너지가 작품 속에도 고스란히 담겼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각자의 역할만 소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면 전체의 본질을 함께 찾았다는 점에서 팀워크에 대한 만족도 드러냈다.

연출을 맡은 이정림 감독에 대해서는 묵직한 서사 안에서도 인물의 감정 결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연출자라고 설명했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담담하게 대사를 처리해 보자는 식의 세밀한 디렉팅이 인물의 깊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고, 과장보다 장면의 본질에 집중하는 방식 덕분에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는 천재적인 수술 실력으로 거대한 부조리에 맞서는 김지원과 그 주변에서 계약과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인물들의 선택을 따라가는 사이다 메디컬 느와르다. 의료 현장의 권력 구조와 인간의 욕망, 생명의 가치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각자가 무엇을 선택하는지가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따뜻한 이웃의 얼굴에서 한발 벗어나 돈과 계약을 냉정하게 계산하는 인물을 선택한 이정은이 웃음 뒤에 숨은 욕망과 현실성을 어디까지 입체적으로 끌어낼까?

자본의 논리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이정은의 새로운 변신은 10월 9일 오후 9시 50분 첫 방송되는 SBS 새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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